언젠가 하나 될 한반도를 위하여 건배, 예진

유기농 포도만을 생산하며 술을 빚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제초제를 뿌리지 않기 때문에 피가 벼를 이겨 먹듯 피어오르면

주변 촌부들은 한결같이 혀를 차며 타박하곤 하죠.

하지만 품질 좋은 전통주를 빚기 위해서라면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뚝심으로,

20년이 넘도록 최상의 포도를 위해 여러 연구 과정을 거치며 양조의 길을 걷고 있는 분이 계십니다.

예진 양조장 홍정의 대표의 담화를 담아보았어요.

예진 양조장 홍정의 대표

술에 들어가는 포도는 직접 재배하신다고 들었어요.

게다가 농약도 치지 않는다니 정말인가요?

맞아요. 23년 전 귀농한 이후로 직접 유기농 포도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뜬금없겠지만 저는 가톨릭 신자랍니다.

신부님, 수녀님들과도 친하게 지내는 사이인데,

친환경 포도의 맛을 알아보시고 자주 찾아주세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유기농포도 인증을 받게 되었고

원료가 유기농 포도이니 술에도 유기가공식품 인증을 획득할 수 있었어요.

포도로 술을 빚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성당에서는 미사를 드릴 때마다 포도주를 사용해요.

제가 만든 와인이 미사에 쓰인다면 얼마나 영광스러울까 상상하다가

와인에 이어 증류주까지 빚게 되었죠.

술에 지역적인 특색을 담아내는 것 같더라고요.

양조장이 있는 연천은 38선이 지나가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요.

이곳은 한국 전쟁의 남겨진 흔적이기도 하죠.

그래서 술 이름에 38선과 DMZ에 관련된 이야기를 넣으면서

전쟁의 슬픔을 딛고 일어날 새로운 연천의 꿈을 담고자 했어요.

언젠가 38선이 지워지고 모두가 하나가 되어

저희 술로 축배를 올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아요.